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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시리즈] NBA 가이드: 계약 시스템, 종이에 담긴 전략

cp90 2025. 5. 1. 12:59

NBA를 보다 보면 가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등장한다.
"왜 저 선수가 방출됐지?", "계약은 했는데 다른 팀에 갔어?", "맥스 계약이 뭔데?" 코트 위에서 벌어지는 플레이만큼이나, 계약서 위에서 벌어지는 전략 싸움도 치열하다.

 

이번 글에서는 2023년 최신 CBA(노사협정)을 기준으로, NBA 계약 시스템의 기본 구조부터 룰까지 차근히 살펴본다.
입문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니,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보자.


계약은 몇 년짜리로 맺을 수 있을까?

NBA 계약서 템플릿

 

NBA에서 선수와 구단이 맺는 계약은 최소 1년, 최대 5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계약은 단순히 "몇 년 동안 이 팀에 있다"는 의미를 넘어, 보장 조항과 옵션 조항 등 다양한 조건이 붙으며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7년 이상의 장기 계약도 허용됐지만, 대표적인 사례인 스카티 피펜의 ‘염가 계약’ 사건 이후, 현재는 장기 계약을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계약 유형의 발전

1. 완전 보장 계약 (Fully Guaranteed Contract)

NBA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 전부를 계약 기간 동안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과거엔 선수의 협상력이 약해 비보장 계약이 많았지만, 선수 노조(NBPA)의 힘이 커지고 슈퍼스타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완전 보장 계약이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2. 부분 보장 계약 (Partial Guarantee)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방출될 경우, 계약금 중 일부만 지급되는 형태다.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자, G리그 출신 선수들에게 자주 적용되며, 로스터 유연성을 노리는 팀들이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계약 구조다.

 

3. 비보장 계약 (Non-Guaranteed Contract)

언제든 방출될 수 있으며, 방출 시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다. 선수 입장에서는 매우 불안정하지만, NBA 문턱을 넘기 위한 '입문형 계약' 으로도 활용된다.

 

옵션 조항의 종류와 변화

플레이어 옵션 (Player Option)

선수 본인이 마지막 시즌 계약을 행사할지 선택한다. 과거에는 구단 중심의 계약 구조가 많았지만, 르브론 제임스를 비롯한 슈퍼스타들이 해마다 자유롭게 시장을 평가하면서 이 조항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팀 옵션 (Team Option)

구단이 선수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다. 루키 계약 4년 차에 자주 붙으며, 유망주를 저렴한 연봉으로 더 오래 보유하기 위한 장치다.

 

상호 옵션 (Mutual Option)

선수와 구단 모두가 동의해야 연장이 가능하다. 이론상으론 균형 있는 제도지만, 양측 동의라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현실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불스의 로빈, 스카티 피펜

 

스카티 피펜의 ‘염가 계약’은 어떻게 제도를 바꿨을까?

1991년, 스카티 피펜은 시카고 불스와 7년 1,80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맺었다.
당시 피펜은 가족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장기 안정성을 택했지만, NBA가 급성장하면서 이 계약은 역사상 가장 불리한 조건 중 하나로 남게 된다.

 

피펜은 전성기 내내 팀 내 6번째로 낮은 연봉을 받았고, 리그 전체 연봉 순위에서도 100위 밖이었다. 이 사건은 구단이 선수를 장기 계약으로 묶어 저임금에 활용하는 구조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였다.

 

이후 NBA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 장기 계약 제한 (현재는 최대 5년)
  • 플레이어 옵션 및 비보장 조항 확대
  • 계약 재협상 기회 제한 해소
계약한 걸 후회하진 않지만, 나중엔 조정할 방법이 없었다. - 스카티 피펜

신인 계약: 루키 스케일 제도

NBA에서는 1라운드로 지명된 신인은 자동으로 ‘루키 스케일(Rookie Scale)’ 계약을 맺게 된다. 이 계약은 총 4년 동안 유효하며, NBA 리그가 정한 기준에 따라 계약 구조와 연봉이 정해진다.

 

계약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처음 1~2년 차는 무조건 보장되는 계약이고, 3~4년 차는 구단이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팀 옵션이 붙는다. 연봉은 드래프트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리그에서 정한 금액 기준의 80%에서 120% 사이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선수는 상한선인 120%로 계약을 체결한다.

 

차등 지급은 2024년 1순위로 지명된 선수는 첫해 약 1,250만 달러를 받는 반면, 같은 1라운드지만 30순위 선수는 약 250만 달러 수준에 머무른다. 같은 루키여도 순위 차이에 따라 연봉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셈이다.

 

구단과 선수, 서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구단 입장에서는

  • 유망주를 4년간 저렴한 가격에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
  • 장기적인 전력 구성을 안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어, 신인 지명은 일종의 ‘가성비 투자’가 되기도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 리그에 데뷔하면서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하지만 문제는, 기량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은 보상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3~4년 차에 올스타급 활약을 해도, 루키 계약의 틀 안에 묶여 시장 가치보다 훨씬 낮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루키 스케일이 불리하게 작용했던 대표 사례

  • 지미 버틀러는 루키 계약 마지막 해에 이미 올스타급 선수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루키 스케일 계약에 묶여 낮은 연봉을 받아야 했다.
  • 드레이먼드 그린은 2라운드 지명자로 루키 스케일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 초기에는 비보장 계약으로 시작해, 몇 년간 리그 최저 수준의 연봉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 2라운드 지명자는 어떻게 계약할까?

 

2라운드로 지명된 선수는 1라운더처럼 루키 스케일 계약이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때문에 계약 조건을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해야 하며, 계약 형태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 비보장 계약
  • 2-way 계약 (NBA와 G리그를 오가는 계약)
  • 보장 금액이 일부 포함된 다년 계약

최근에는 2라운더에게도 의미 있는 금액과 기간이 주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4년 2라운드 후반에 지명된 브로니 제임스는 레이커스와 4년 79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이 중 약 550만 달러가 보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키 스케일 제도는 구단에게는 리스크를 줄이며 유망주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고, 선수에게는 리그 입성의 관문이자 동시에 ‘보상의 한계’라는 딜레마를 동반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루키 계약 종료 전에 연장 계약을 서두르거나, 자유계약으로 나가려는 전략도 함께 고민되는 구조다.


자유계약선수(FA)는 어떻게 움직일까?

NBA에서 선수는 소속팀과의 계약이 끝난 뒤, 다른 팀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를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라고 부르며, 선수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다.

 

FA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완전한 FA(Unrestricted FA)는 선수가 원하는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상태다. 구단이 개입할 수 없고, 선수 본인의 선택이 전적으로 반영된다.

 

반면 제한적 FA(Restricted FA)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다른 팀과 계약을 맺을 수는 있지만, 원소속팀이 동일한 조건으로 따라갈 수 있는 권리(Matching Right)가 주어진다. 즉, 선수가 이적을 원해도 원소속팀이 ‘매칭’하면 남아야 한다.

 

LA레이커스의 오스틴 리브스는 제한적 FA로 시장에 나섰는데, 다른 팀이 제시한 조건을 레이커스가 그대로 따라가면서 재계약이 성사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FA가 단순히 연봉을 높이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승을 위해 스스로 연봉을 낮추는 ‘페이컷(pay cut)’을 감수하는 선수들도 있다. 돈보다는 우승, 팀워크, 혹은 동료들과 함께하기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몇 가지 있다.

페이컷의 대명사, 마이애미 BIG 3. 크리스 보쉬-드웨인 웨이드-르브론 제임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는 마이애미 히트에서 함께 뛰기 위해 모두 최대 연봉보다 적은 금액에 계약했다. 각자 조금씩 양보하면서 팀 전력을 강화한 것이다.

 

샌안토니오의 기둥, 팀 던컨

 

반면 팀 던컨은 전성기에도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좋은 로스터를 꾸릴 수 있도록 일부 연봉을 줄이며 재계약을 택했다. 던컨의 페이컷은 구단에 대한 헌신의 상징처럼 회자된다.

 

지구 1옵션 케빈 듀란트

 

또한 케빈 듀란트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계약 규모를 조정했고, 이후에도 팀의 샐러리캡 상황을 고려해 연봉을 낮추는 데 동의했다.

 

결국 FA는 단순한 이적이나 돈 문제가 아니다. 커리어 방향, 우승 가능성, 팀 내 역할, 인간적인 유대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는, 다소 논란은 있을지언정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다. 때로는 가장 큰 계약보다, 가장 영리한 계약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맥스 계약과 슈퍼맥스 계약

NBA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낸 선수에게 특별한 연봉 상한선이 적용된다. 바로 ‘맥스 계약(Max Contract)’, 그리고 그 상위 개념인 ‘슈퍼맥스 계약(Supermax Contract)’이다. 이 두 계약은 스타급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구조이자, 동시에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팀에 오래 붙잡아두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맥스 계약(Max Contract)이란?

맥스 계약은 말 그대로, 리그가 허용하는 최대치의 연봉 비율로 계약을 맺는 구조다. 연봉 자체는 매년 변동되는 샐러리캡(팀별 총연봉 한도)을 기준으로 비율이 정해진다.

 

2023년 CBA 기준으로는 다음과 같다:

  • 0~6년차 선수: 샐러리캡의 최대 25%
  • 7~9년차 선수: 최대 30%
  • 10년 이상 선수: 최대 35%

즉, 선수의 리그 경력에 따라 계약 가능한 최대 연봉 비율이 달라진다. 이 덕분에 리그에서 오래 활약한 베테랑일수록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슈퍼맥스 계약(Supermax Contract)이란?

슈퍼맥스 계약은 말 그대로 '맥스보다 더 강력한 조건'의 계약이다.
리그 최고의 성과를 낸 선수를, 원소속팀이 다른 팀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붙잡을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선수가 슈퍼맥스 계약을 받기 위해선:

  • 같은 팀에서 최소 7년 이상 뛰었고,
  • 최근 시즌 중 MVP, 올해의 수비수(DPOY), 또는 올NBA 팀(1~3팀)에 2회 이상 선정되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원소속팀은 해당 선수에게 최대 5년 연장 계약을 제시할 수 있으며, 계약 첫해 연봉은 샐러리캡의 35%까지 가능하다. (일반 맥스는 30%)

 

실제 슈퍼맥스 계약 사례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스테픈 커리

 

  • 스테픈 커리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슈퍼맥스 계약 2회를 체결하며 리그 최고 연봉 선수가 되었다.
  •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밀워키 벅스에서 MVP 수상 등 조건을 충족하며, 장기 잔류를 전제로 슈퍼맥스를 체결했다.

 

슈퍼맥스 계약은 왜 생겼을까?

 

사실 슈퍼맥스 제도는 리그 균형과 구단 충성도 유지를 위해 만들어졌다. 2010년대 중반, 스타 선수들의 ‘빅마켓 이적 러시’가 이어지며 스몰마켓 팀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표적인 사건이 케빈 듀란트의 골든스테이트 이적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MVP까지 수상했던 듀란트는, FA가 되자마자 더 강한 팀으로 떠났고, 이 사건은 리그 내 형평성 논란과 함께 시스템 보완 요구로 이어졌다.

 

그 결과, 리그는 2017년 CBA에서 ‘슈퍼맥스 계약’을 도입했다. 이는 원소속팀에게만 주어지는 유일무이한 보상 옵션이며, 스타 선수가 팀에 남을 이유를 재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계약을 넘는 조항들: 예외 조항(Exceptions)

NBA는 팀별로 사용할 수 있는 총 연봉 상한선, 즉 샐러리캡을 정해 운영된다. 하지만 리그는 현실적인 팀 운영을 고려해, 일정 조건 아래에서는 샐러리캡을 초과해도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예외 조항(Exceptions)'을 허용하고 있다. 이 조항들은 특히 우승을 노리는 팀이나, 유연한 로스터 운영이 필요한 팀에게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다.

 

 

미드레벨 예외(Mid-Level Exception, MLE)

샐러리캡을 초과한 팀도, 매년 정해지는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제도다. 최대 4년 계약이 가능하며, 주로 중간 수준의 로테이션 강화에 활용된다.

 

베테랑 미니멈(Veteran Minimum)

리그 경력이 많은 선수를 최소 연봉으로 영입할 수 있는 조항이다. 샐러리 여유가 부족한 팀도 베테랑을 데려올 수 있고, 선수 입장에서도 우승을 위한 마지막 도전을 선택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트레이드 예외(Trade Exception)

트레이드로 선수를 떠나보내면, 그 연봉만큼의 여유 공간이 생긴다. 이 금액을 일정 기간 안에 다른 선수 영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단, 연봉이 정확히 같거나 비슷해야 하므로 활용엔 전략이 필요하다.

 

예외 조항으로 우승에 다가간 팀들

NBA 역사에서 많은 우승 팀들이 이 예외 조항을 정확한 퍼즐처럼 활용해 전력을 완성해냈다.

  • 2017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데이비드 웨스트를 베테랑 미니멈으로 영입해 벤치에 안정감을 더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 2020년, LA 레이커스는 드와이트 하워드를 미니멈 계약으로 데려와 앤서니 데이비스와 함께 골밑을 책임졌고, 챔피언에 올랐다.
  • 2023년, 덴버 너기츠는 미드레벨 예외를 활용해 브루스 브라운을 영입했다.브라운은 수비와 외곽에서 큰 역할을 하며, 구단 역사상 첫 우승에 일조했다.

샐러리캡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예외 조항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팀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이 조항들은 때로는 돈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된다.


계약 해지와 바이아웃

NBA에서 선수와 팀은 계약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웨이브(Waive)바이아웃(Buyout)이다.

  • 웨이브는 팀이 선수를 일방적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단, 계약이 보장된 경우에는 남은 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가 여전히 지급된다. 웨이브된 선수는 일정 기간 동안 다른 팀에서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 바이아웃은 선수와 구단이 합의 하에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방식이다. 보통 선수는 일정 금액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며, 우승 경쟁팀 등과 새로 계약할 기회를 노린다.

바이아웃을 통해 클리퍼스로 합류했던 러셀 웨스트브룩

 

대표적으로 웨스트브룩은 2023년 유타로 트레이드된 후 바이아웃을 통해 계약을 종료했고, 이후 LA 클리퍼스로 이적했다.


계약 시스템을 더 깊게 이해하는 룰들

NBA의 계약 구조를 한 바퀴 살펴봤다면, 이제는 한층 더 깊은 규칙들로 들어가 보자. 이 규정들은 단순한 숫자 계산을 넘어, 실제 사건과 선수들로부터 탄생한 ‘역사적 룰’이기도 하다. 어떤 룰은 선수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을 정도로, 리그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계기였다.

시카고의 장미, 데릭 로즈

데릭 로즈 룰 (Derrick Rose Rule)

이 조항은 젊고 압도적인 성과를 낸 슈퍼스타에게 더 큰 보상을 허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 조항이다. 기본적으로 리그 4년차 이하의 선수는 맥스 계약 시 샐러리캡의 25%까지만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선수가 MVP 수상자거나, 올NBA 팀에 2회 이상 선정됐다면, 연봉 상한선이 30%로 올라가게 된다.

 

이 룰은 2011년 데릭 로즈가 역대 최연소 MVP를 수상한 이후 도입됐다.

워싱턴의 교주, 길버트 아레나스

길버트 아레나스 룰 (Gilbert Arenas Provision)

이 조항은 2년 이하의 젊은 제한적 FA 선수들이 외부 팀으로부터 '뒤에 폭등하는 계약'을 제안받는 걸 막기 위한 장치다. 보통 샐러리캡이 부족한 원소속팀은 이런 구조를 매치하지 못해 선수를 잃게 되는데,

 

이 룰 덕분에 원소속팀이 캡을 넘더라도 이를 매치할 수 있게 된다. 이 규정은 실제로 2년차 FA였던 아레나스가 골든스테이트를 떠나 워싱턴으로 이적하며 생긴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워리어스는 샐러리 여유가 없어 아레나스를 지키지 못했고, 리그는 젊은 유망주 보호를 위한 장치로 이 룰을 도입했다.

 

오스틴 리브스는 이 룰 덕분에 레이커스가 샐러리캡을 넘긴 상태에서도 그의 오퍼 시트를 매치할 수 있었고, 결국 팀에 잔류할 수 있었다.

포이즌 필 조항 (Poison Pill Provision)

‘독이 든 계약’이라는 말, 어디서 유래했을까?

포이즌 필(Poison Pill)은 본래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유래한 용어다.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기존 회사가 인수자에게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거나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장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기존 주주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살 권리를 부여하거나, 인수자가 회사를 삼키려는 순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도록 설계된 구조를 말한다. 즉, “이 회사를 삼키면 너도 독에 당할 거야”라는 경고에 가까운 장치다.

NBA에서의 포이즌 필

NBA는 이 개념을 차용해, 신인급 유망주에게 연장 계약을 안긴 직후 트레이드를 시도할 때 발생하는 복잡한 연봉 계산 구조에 같은 이름을 붙였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연장 계약처럼 보여도,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순간, 양쪽 구단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선수의 연봉을 계산하게 되면서 샐러리 매칭이 극도로 까다로워진다.

 

그야말로 독이 든 알약처럼 트레이드를 어렵게 만드는 조항이다. 이 구조 때문에, 트레이드를 기획한 구단은 연봉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선수까지 끼워넣어야 하거나, 트레이드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왜 이런 조항이 필요한가?

리그가 이 조항을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구단이 선수와 연장 계약을 체결해놓고, 며칠 만에 트레이드하는 식의 ‘기만적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연장 계약은 신뢰의 상징이다. 그 신뢰를 악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리그는 트레이드 자체에 '독소'를 넣은 셈이다.

 

실제 사례: 조던 풀

2022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조던 풀과 연장 계약을 체결한 직후 트레이드 루머가 흘러나오자, 많은 전문가들은 곧바로 이 조항을 언급했다. 포이즌 필 조항이 적용되면, 풀의 연장 계약이 트레이드 시점에서 양 팀에 서로 다른 연봉 기준으로 작용하게 되므로, 트레이드 실현 가능성이 사실상 낮아진다는 분석이 많았다.

 

결국 이런 규정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선수의 권리를 지키고, 구단의 운영을 통제하며, 무엇보다 리그 전체의 경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정교한 장치들이다. 계약이라는 단어 뒤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고, 룰이 있으며, 사람의 이름이 남는다.


마무리: 종이 위 전략이 코트를 지배한다

NBA의 계약 시스템은 단순히 '누가 잘하냐'를 넘어서, '어떻게 계약하느냐'가 경기력과 리그 흐름을 좌우한다. 1장의 계약서에 담긴 숫자와 조항들은, 때로는 슛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경기를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이제 계약서 위의 숫자도 함께 바라보자. NBA는 코트에서만 열리지 않는다. 계약이라는 또 하나의 전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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